나는 공유오피스가 망할 줄 알았다. 3년 정도 경험이 있는데,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 등 굵직한 업체들은 거의 다 사용해본 것 같다. 그나마 스파크플러스가 차별성이 있어서 괜찮은 정도. 위워크 폭망에 대한 개인 분석, 공유하겠다.
조언
혹시나 스터디카페 혹은 공유오피스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보고서 다시한번 보수적으로 생각해보기 바란다.
하루나 이틀에 한번씩 잠깐 청소만 해주고 남은 시간은 편하게 여생을 보내고 싶은 욕망은 이해한다. 근데 그게 가능하려면 안정적인 수익이 나와야지.
원래 이 산업 분야가 어려우면서 쉽다
위워크의 산업분야는 부동산투자신탁이다. 일명 리츠. 말이 좀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그냥 쉽게 생각해서 부동산을 수단으로 투자를 하는 회사인 것이다. 겉으로는 포장된건 사무실을 공유하는 것.
비슷한 컨셉의 사업체로 맥도날드가 있는데 위워크와 사업구조를 비교해보면 굉장히 재밌다.
헬스 산업에서 비슷한 컨셉으로 장사를 하고있는 국내 업체는 스포애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케이디헬스케어가 있다.
맥도날드는 인간의 먹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스포애니는 외모관리를 하고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공유오피스도 일을 잘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되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면 모든 사람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복잡한 요소가 많다.
그리고 맥도날드는 누구나 공간 인테리어를 따라할 수 있지만 햄버거 레시피는 따라하지 못한다.
근데, 공유오피스는 당장 중고시장에 파는 책상이나 의자를 사서 공간에 구비해두면 바로 장사할 수 있다. 보안 시설이야 외주업체가 깔렸으니 돈주고 요청만 하면된다.
그러다보니까 국내에 공유오피스 업체들만 수천개가 넘어간다. 우리집 바로 옆 건물에도 원래 스터디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가 공유오피스를 겸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스파크플러스가 괜찮은 이유
업계 최초로 원하는 인테리어나 구조를 맞춤 설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업계 최초라는 말은 국내 한정이고, 위워크는 이전부터 이런 서비스를 해오고 있었다.
뒤에 후술하겠지만 공유오피스가 겉으로 보기엔 좋아보일지 몰라도 나만의 공간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맞춤형 서비스에 돈을 더 줄 스타트업이 많은 것 같다.
근데 스파크플러스의 기발한 서비스도 사실 기존에 다 있던 아이디어라서 새로운게 아니다.
그나마 괜찮다고 하는것이지 이게 애플이나 ai기술처럼 혁신이 있는게 아니다보니 매출에 상한치가 존재한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왜 투자하냐고? 그 상한치까지는 투자금 이상을 회수할 거 같으니까 투자하는 것이다.
위워크는 처음에 어떻게 뜨게 된 걸까?
위워크는 2010년, 뉴욕에서 창업자 아담 뉴먼과 미겔 맥켈베이가 만든 공유 오피스 기업이다. 당시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였고, 프리랜서와 스타트업이 급격히 늘던 시기였다.
이들은 사무실을 빌릴 돈은 없지만 업무 공간은 필요했기 때문에 ‘잘 꾸민 오피스를 나눠 쓰자’는 위워크 모델은 이 시장에 잘 맞아떨어졌다.
기존 오피스보다 계약이 간편하고 분위기도 트렌디해서, 일하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빠르게 끌어들일 수 있었다. 위워크는 사무실을 장기임대한 뒤, 1인·2인 단위로 잘게 쪼개서 되팔았고, 이 구조가 초기에는 꽤 먹혔다.
단순한 부동산 임대업인데 왜 IT 기업인 척했을까?
위워크는 본질적으로 ‘오피스 서브리스’라는 전통적인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아담 뉴먼은 이 회사를 IT 기업처럼 포장했다.
“부동산계의 페이스북”, “오프라인의 우버”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사무실을 넘어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은 그냥 계약서를 쉽게 쓰고 공간만 대여해주는 임대업일 뿐이었다.
기술이라 해봤자 공간 예약 시스템, 출입 인증 시스템 정도였는데, 그것도 다른 공유 오피스에서도 이미 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본질은 부동산인데, 겉포장은 테크기업이었던 셈이다.
그래도 왜 투자자들은 열광했을까?
위워크가 그렇게 포장된 덕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몰렸다. 특히 소프트뱅크의 손정의는 무려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위워크의 확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블리츠 스케일링’ 전략을 쓴 건데, 이건 일단 몸집을 키우고 시장을 장악하면 나중에 수익은 따라온다는 사고방식이다. 우버, 에어비앤비도 초기에 이 방식을 썼고 쿠팡도 그랬다.
위워크는 수십 개 도시, 수백 개 지점을 단기간에 오픈했고, 그 덕에 기업가치는 60조 원 가까이까지 치솟았다. 겉보기엔 ‘무조건 성공할 것 같은’ 회사였다.
사용자 관점에서 느낀 공유오피스 단점
- 수요층 특성
- 답답한 공간
- 통제 불가능한 영역들
수요층 특성
주 고객층이 스타트업과 프리랜서이다. 이미 여기서부터 매출의 한계가 결정되는데, 투자 대가인 손정의는 왜 위워크에 투자를 했을까?
내가 미국 시장을 가보진 않아서 모르겠고 국내 시장 한정으로 얘기를 해보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여지는 것에 민감한데 특히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프리랜서들은 사회생활 계급에서 최하위로 인식을 하기 때문에 공유오피스에 가보면 서로 눈치보기 바쁘다.
아마 이 공간에 삼성전자 다니는 분이 배지 달고 돌아다니면 다들 부러워서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유오피스 내에서도 나름대로 계급이 형성되어있는데, 그나마 사무실을 쓰고 있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우위에 있고, 말단층이라고 불리는 프리랜서들은 자유롭게 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라운지에서 자괴감에 빠질 확률이 높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 공간에 대한 애착이 높기 때문에 라운지에서 아무 자리에 앉아서 한달만 일해도 진절머리가 난다.
공유오피스 업체들이 프리랜서 수요층을 끌어모으기 위해서 사용하는 캐치프레이즈 문구는 다음과 같다.
- “카페에서 일하기 지겨우시죠?”
근데 오피스 라운지나 카페나 매한가지이다. 오히려 카페가 더 나을 때도 있다.
답답한 공간
사진을 보면 굉장히 그럴 듯하게 꾸며놨지만 실제로 가보면 답답해 죽는다. 내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
물론 오피스라는 공간은 원래 좀 답답한 경향이 있긴하다. 근데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수요층 특성상 자유를 원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답답할 수 있다. 우리가 무슨 기계도 아니고 말이야.
스타트업 같은 경우에는 오피스를 구하기 어렵진 않은데, 그럼에도 공유오피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업체들이 홍보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타업체와의 협업 같은 장점 때문이다. 근데 실제로 홍보한대로 장점이 발휘되지 않는게 문제.
협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을 몇번 보기는 했는데, 그 자체가 굉장히 자유롭진 않다. 이건 우리나라 기업 문화때문인가?
통제 불가능한 영역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이 일을 하진 않더라도 같은 회사 소속이라면 어느정도 공간에 대한 유대감과 규칙을 이해할 확률이 높다.
근데 공유오피스는 하루만 잠시 이용하다가 떠나는 프리랜서,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굉장히 산만해진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라운지를 이용하고 싶어도 이게 남의 공간인가 내 공간인가하는 불편함이 드는 것이다.
입주한 스타트업 직원도 이런 마음을 느끼는데, 거래처 외부인은 오죽할까.
키카드를 태그해서 문을 여는 보안 방식도 업체마다 선호하는게 다를 수 있는데, 공유오피스 업체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따라갈 수 밖에 없어서 원하는대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사업 확장을 왜 무리하게 했을까?
위워크는 오피스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위워크로 묶겠다는 포부로 위리브(공유주거), 위그로우(유아교육), 라이즈바이위(헬스클럽) 등 수많은 사업을 벌였다. 여기에 위바이크, 위슬립, 위뱅크 같은 상표권도 등록하며 다방면 확장을 꿈꿨다.
문제는 이런 사업들이 위워크 본업의 연장선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사업이었고, 기술력이나 경쟁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비용만 늘어나고 수익은 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며, 위워크의 내부 재무구조는 점점 엉망이 되어갔다.
창업자 아담 뉴먼의 리더십은 왜 문제가 되었을까?
위워크 몰락의 핵심 인물은 단연 아담 뉴먼이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고 비전을 잘 포장하는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매우 독단적이고 사치스러웠다.
본인 소유 건물을 위워크에 임차하게 하거나, 위워크 사명을 바꾸면서 상표권을 본인 명의 회사에 팔아 수백만 달러를 챙겼고, 개인 제트기까지 회사 돈으로 구입했다.
직원 해고는 면전 기운으로 판단했고, 아내 리베카를 비롯해 가족과 친구들을 요직에 앉혔다. 결국 ‘회사는 아담의 개인 금고’라는 비판이 강해졌다.
IPO실패가 결정타가 된 이유는?
2019년, 위워크는 IPO(기업공개)를 추진했지만,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위워크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2조 원대 적자, 수익보다 많은 장기 임대부채, 비정상적인 지배구조, 창업자 가족의 권한 남용까지 투자자들이 충격을 받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47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반토막 났고, 결국 IPO는 자진 철회라는 이름으로 무산됐다. 이때부터 투자자들도 위워크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위워크는 어떻게 파산까지 가게 되었을까?
상장에 실패하고 투자금 유입이 끊기자 위워크는 급격히 무너졌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를 살리기 위해 지분 80%를 인수하고, 추가 자금을 투입했지만 이미 손실 규모가 너무 컸다.
결정적으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오피스 수요가 급감했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공유 오피스의 공실률이 치솟았다.
위워크는 66개 지점을 폐쇄하고 수천 명을 해고했지만, 적자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2023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 경고를 받고, 결국 같은 해 11월 공식적으로 파산을 신청하게 된다.
왜 위워크만 망했을까?
공유 오피스 산업 자체가 망한 건 아니다. 영국의 IWG처럼 오래된 경쟁사는 코로나 이후에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위워크만 유독 크게 망한 이유는 ‘몸집 키우기만 급급했던 경영’ 때문이다. 입점사도 줄고 비용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계속 확장만 하다 보니, 결국 버티지 못했다.
다른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를 하며 효율적으로 지점을 운영할 때, 위워크는 브랜드와 외형에만 집착했다. 기술력도 없고, 방만한 지점 운영으로 인해 회생 불능 상태까지 간 것이다.
그러니까, 공유오피스라는 산업 자체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적정 범위라는게 있는데, 이걸 모른 상태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보니까 그 적정 범위가 뭔지도 모른채로 망해버린 것이다.
물론 사업이라는게 미래를 알고서 접근하는건 아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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