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빌라 사도 될까?” 고민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투자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살아야되는 팔자가 되어버렸고, 내가 오랫동안 즐기면서 살 곳을 찾기 위해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한테는 거주 지역과 공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남들 좇아서 쉽게 판단하면 안될 것 같더라.
내 이야기
서울에는 지방에 비해서 매매할 빌라가 상당히 많은편이다. 신축 빌라만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사이트만 들어가봐도 역세권 중심으로 매매할 수 있는 곳은 널렸음. 그러나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투자처로 매력이 없기 때문.
나는 어렸을때부터 주택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실거주 목적으로 빌라를 원하는데, 양가 부모님 포함해서 주변 대부분이 뜯어말리는 중이다.
아이러니한건 양가 부모님은 평생을 주택 아니면 빌라에 사셔놓고서는 나한테는 무조건 아파트를 사야된다고 얘기를 한다. 내가 살고싶은 곳이 아닌 오로지 투자 관점에서만 조언을 해줄 뿐이다.
더 웃긴건,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더라도 내가 무조건 빌라에서 살겠다고하면 부동산에 대해서 뭣도 모르면서 고집만 피운다고 한다.
그럼 여러분들은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데? 개나소나 아파트에 사니까 무조건 아파트로 해야된다는 것 말고는 아는게 뭐가 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칭 부동산 전문가들이 많다. 실제로 파고들어서 토론해보면 아는게 별로 없음. 뉴스에서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고 설레발을 치면 그 말만 믿고서 신앙을 숭배하듯 해버린다.
빌라를 매매하려면 결국 내가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최종적으로 정리해서 결단을 내려야된다는 결론이 나오더라.
서울 빌라 비중
지어진 부동산, 그러니까 건축 관점에서 보면 전체 중 25%에 해당한다. 아파트는 대략 61% 정도.
그러나,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비중을 보면, 빌라는 46%, 아파트는 44%이다.
서울은 신축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부족하기 때문에 예전에 지어진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되는 편이다.
그외에 서울로 유입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빌라에서 전월세로 살거나 직접 매매해서 산다.
매매는 또 다른데, 매매 비중은 빌라가 26%, 아파트가 70%를 차지한다.
실제로 빌라를 소유하면서 실거주를 하는 인구가 서울 전체의 25% 정도라는 얘기.
내가 빌라를 사야될지 말아야될지 고민되는 부분 중 하나가 “나만 빌라에 사는거 아냐?”인데, 소유하면서 실거주하는 인구가 25%나 되는 정도니 이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2024년 기준 서울 자치구별 빌라 비중
아래표를 정리하면, 서울 동북권(강북/성북/도봉/노원)과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 외곽)이 빌라 비중이 월등히 높다.
| 구분 | 빌라 비중 | 주요 특징 |
| 강북구 | 약 49% | 서울 최상위, 구축/신축 다수 |
| 관악구 | 약 43% | 대학가 중심 원룸빌라 많음 |
| 성북구 | 약 41% | 길음·정릉 일대 밀집 |
| 은평구 | 약 39% | 응암·불광·녹번 지역 다수 |
| 도봉구 | 약 38% | 창동·쌍문 구축비중 큼 |
| 동대문구 | 약 36% | 청량리 외곽 저층 주택 다수 |
| 중랑구 | 약 34% | 망우·면목 일대 다세대 혼합 |
| 서대문구 | 약 31% | 홍제·북가좌 중심 |
| 강서구 | 약 28% | 화곡/까치산 빌라 밀집 |
| 노원구 | 약 27% | 공릉·중계 외곽 중심 |
| 영등포구 | 약 25% | 신길·양평 재개발 해제지 일대 |
| 동작구 | 약 24% | 사당·상도 쪽 구축 위주 |
| 금천구 | 약 22% | 시흥동 중심 |
| 성동/중구/용산 | 약 15~20% | 개발 영향으로 점차 감소 중 |
| 강남 3구 | 10% 이하 | 빌라 희소, 고급 주택 위주 |
건축가 입장
건축가들은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창의적인 공간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도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도시개발계획과 아파트단지 관련해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면 유명한 건축가들은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잘 꾸며진 유럽 도시를 예로 들면서 말이다.
대표적인 비판 중 하나가 바로 아보카도 도시이다. 중간에는 돈이 되는 상업시설을 배치하고 그 주변에 주거지를 만드는 것.
용도별로 구획을 정해놓다보니까 마트나 공원을 가더라도 차를 타고 이동해야된다. 나는 서울에서 차만 타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차를 처분하고 지하철을 탄다.
아니 무슨 타지역으로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사는 인근 지역에서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이동해야된다는게 정상은 아니지 않나?
내가 주거하는 지역에는 마음편하게 쉬면서 필요한 물건을 손쉽게 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은 젊은 세대들이 성수동이나 합정동 같은 곳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동네는 유럽처럼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파트를 싫어하는 이유
EBS 다큐를 보니까 통계상 서울은 과밀하지 않다고 하더라. 근데 되게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위에서 얘기햇듯이 주거와 상업시설이 분리되어있으니까 죄다 차타고 다녀야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현대차에서 차 많이 팔아먹으려고 건설사와 정부에 리베이트를 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물론 요즘에는 배달 서비스가 좋아서 아파트에 살아도 괜찮긴한데, 나는 내가 살고있는 지역 전체를 즐기고 싶은 욕구가 더 크다.
맨날 닭장 같은 곳에 틀어박혀 있으면 머리가 굳는 느낌이랄까.
실거주 관점에서 빌라가 아파트보다 안좋은 점이 더 많긴하다.
대표적으로, 층간소음, 주차, 보안, 커뮤니티시설 등등.
근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택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빌라의 단점이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파트의 장점은 겁나게 비싼 오피스텔에 살아보면서 별것 아니라는걸 깨달았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파트에 커뮤니티 시설이 많은데도 정이 안가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좀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싶은데 일관된 시설에서만 지내다보니 지겨운 것 같다. 이게 감옥이랑 뭔 차이가 있냐는거지.
물론 가족수가 많으면 아파트가 편리할 수 있는데, 내가 그런 곳에 살기 싫은데 날 닮은 아이가 좋아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빌라에서 제일 취약한게 층간소음이랑 주차인데, 요즘에 신축으로 나온 빌라들은 이런 것들 싹 다 해결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별로 걱정할게 없더라.
최근에 지어진 빌라를 구경하러 갔었는데 죄다 벽면을 콘크리트로 두텁게 지은거라서 퉁퉁거리는 판자소리가 안들리더라.
내가 생각하는 서울에서 살기 좋은 동네
내가 정의내린 살기 좋은 동네는 건축가 입장과 동일하다. 내가 직접 방문해보면서 결론 내린 동네는 다음과 같다.
- 서래마을
- 합정동
- 이수
- 석촌
- 종로구
- 광진구
서래마을은 부촌지역이라 내 능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패스.
종로구는 한강변과 멀고 어르신들이 많다는 단점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책하기 좋은 동네라서 후보군에 넣었다.
어르신이 많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하는게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나는 놀고먹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으면 나도 나태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내 기준에서 단점이라고 한거니까 오해하지 말자.
광진구는 한강변이 근처에 있는 아주 훌륭한 지역이다. 아파트도 많은 편이라서 광진구 모든 지역이 싹 다 좋다곤 할 수 없는데, 그래도 아파트만 즐비한 계획도시에 비하면 훨씬 좋은 동네이다.
한강변 공원 접근성도 빌라가 더 유리하다
서울에서 포기할 수 없는게 바로 한강수변 공원이다. 우리집에서 여기까지 쉽게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장점이거든.
서울에 있는 빌라가 어디에 밀집되어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지도도 보고 직접 방문도 해봤다.
대체적으로 강북에 밀집되어있는 편이고, 최근에 지어지는 신축 빌라는 역세권을 이루고 있긴하다.
강남은 상업시설이 많아서 빌라촌이 띄엄띄엄 있는 편인데, 대규모로 대표되는 곳이 신림, 석촌, 서래마을이다.
한강변 근처를 보면, 강북에 빌라가 많은편이고, 강남은 아파트, 상업시설, 빌라가 골고루 섞여있다.
결론
나는 실거주를 할 생각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빌라를 매매할 생각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매도하기 어렵다는게 단점이긴한데,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될지 장담하진 못하겠다만 지금은 내가 서울에서 벗어날 계획은 없다.
나는 지금을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향후 20년 뒤에 벌어질 일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나? 자꾸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변화에 굉장히 민감한 편인데, 내가 원하는 것을 주변에서도 원하는걸 많이 봤다.
현재 2030세대들 중에서 서울에 거주하는 분들은 아파트에 대한 로망 같은게 없다고 생각한다.
안그래도 좁디좁은 원룸생활을 하면서 답답해 죽으려고 한다. 근데 요즘 TV를 통해서 신혼부부들이 아파트에서 생활하는걸 많이 보게되는데 서울에서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최종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를 대출받아서 어렵게 갔는데, 고작 15평 남짓하는걸 보고 어느 누가 만족하겠나? 이게 인생의 목표였나 싶을거다.
노력해서 도달한 곳이 좁은 곳이고, 이런 공간에서 평생 살아야된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있고, 아파트라는 곳이 생각보다 답답하다는걸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에는 빌라가 많은 살기 좋은 동네를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주말에 어디로 많이 가는지 보면 답이 다 나온다. 괜히 성수동이 핫한게 아니라니까.
어른들이 경험이 많으니까 정답일거라고 생각하는건 오산이다. 그들은 그들의 시선과 경험에서 조언할 뿐,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게 무엇인지 절대로 고려하지 않는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은 변화가 많이 없는 분야에서 통하는 것이다. 스마트폰만 보더라도 누가 더 잘쓰냐고.
부동산은 변화가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공부해서 개척하는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