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에 익숙해졌다가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려니 막상 두렵고 고민되는 사람 많지 않나.
“지방 촌놈이 서울살이 하다가 다시 지방으로 갈 때 주의사항”을 보면, 실제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현실적으로 감이 올 거다.
들어가기 전에
나는 지방 촌놈 출신이고 4년 넘게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
1년차에는 지방으로 다시 갈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서울로 마음이 완전 기울었다.
본 내용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될 수 없다는걸 참고하자.
본 내용의 핵심은 쉽게 얘기해서 내가 거주할 지역을 서울이냐 지방이냐 결정하기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각자 장단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지하곤 있을 것이다.
다만, 세부적인 부분, 요즘 트렌드 등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주할 지역을 결정하는건 현재 시점이지만, 결정 이후에 실제로 살아가는 것은 미래이다.
때문에 결정하는 시점에서 미래를 좀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세대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것은 투자성, 치안, 주거, 소득, 교통.
- 아이가 있는 가족이 주로 선호하는것은 여가, 기후
- 젊은 세대들이 주로 선호하는 것은 문화생활, 다양성, 인구밀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조건만 추려서 자세히 뜯어보겠다.
투자성
지방 촌놈 출신들이 서울뽕에 취해서 자랑하는 것 중에 하나가 물가와 땅값이다. 물가와 땅값이 높은 서울에서 어찌저찌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반대로, 지방 촌놈들은 지방에 살아서 저축할게 많다고 합리화해버린다.
지방 사람이 서울살이하면서 버티고 버텨 자가를 얻었다면 참 인생 잘 살았다고 칭찬해줘야된다.
근데, 경쟁에서 밀리거나 향수병에 걸려서 지방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경우에는 패배자 마인드가 깔려있는 것 같다.
한가지 알아둬야될게, 서울 아파트는 서울사람들도 쉽게 못살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돈 한푼도 없이 올라온 지방 외지인들이 아파트를 매매할 수 있겠나?
서울 토박이 입장에서는 외지인이 몰려와서 자기 고향을 침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주도가 중국인들한테 먹히고 있듯이.
그러니까 서울이냐 지방이냐 판단할 때 투자성을 고려하면 주변사람들한테 피해를 주게된다.
부동산 투자의 최대 단점은 내가 돈을 벌면 주변이 손해를 본다는 것. 주변에는 내 자녀도 포함된다.
주식처럼 파생 이득 효과가 없으니 나만 잘먹고 잘사는 투자가 되는 것이다.
주거
지방 촌놈들이 서울에서 다시 지방으로 가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주거 문제이다.
서울살이를 오래 유지하고 싶으면 서울의 주거 환경에 대해서 이해하고 흡수해야될 필요가 있다.
지방으로 가면 똑같은 돈이라도 더 큰 평수에서 살 수 있다.
서울에서 월세로 살아야될 경제력이면 지방에서는 아파트를 매매할 수 있을 정도.
서울이 참 특이한게, 땅이 좁다보니까 집을 좁고 빽빽하게 지어놨다.
커튼을 안치면 사생활이 쉽게 노출될 정도니 말 다했지.
지방에서 느낄 수 있는 뻥뷰 그리고 후련함은 서울집이 아니라 밖에서 대부분 해소한다.
서울의 각 지역마다 산책하기 좋은 스팟들이 널려있다보니, 돌담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무슨 외국같이 말이다.
교통
얼마전에 친한 후배가 춘천에서 결혼을 한다고해서 축하해주러 갔다.
춘천역까지 가는건 어려운게 아니었는데, 춘천역에서 예식장까지 버스타고 가는게 문제였다.
서울에서는 5-10분 간격으로 버스가 수시로 오는 편이고, 해당 버스가 없으면 다른 대안이 널리고 널렸다.
근데 춘천에서는 버스 배차 간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네이버지도에 뜨지도 않더라고.
춘천역 정류장에는 도착 안내 스크린이 있어서 그걸로 도착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다른 정류장에는 스크린이 없기 때문에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더라.
그래서 예식장에서 춘천역으로 돌아올때는 2만원 주고 택시타고 왔다.
이게 춘천만 이런게 아니고 울산, 부산, 광주 다 비슷하다.
지하철이 있는 지역은 그나마 좀 사정이 나은편이긴하다.
어찌되었든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서울 지하철이랑 버스는 사람만 많이 없으면 가히 최고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지역에 도착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물론 지방에가서 자차를 사면 되긴 한다. 나는 둘 다 경험해봤는데 개인적으로 대중교통이 더 편한 것 같다.
서울 문화생활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보면 다음과 같은 댓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서울에 문화생활이 뭐 얼마나 대단하길래 서울 서울 거리냐?”
- “지방에도 콘서트 열리고 있을거 다 있다.”
- “서울 사람들은 문화생활을 맨날 즐기는거 아니면서 왜이렇게 호들갑이냐?”
이런 의견들은 대부분 지방에 거주하면서 지방을 옹호할 수 밖에 없는 분들일 확률이 높다.
이런 의견들을 옹호하는 서울에 거주하는 지방 촌놈들도 있다.
취업하려고 서울에 올라왔고, 문화를 즐기기 참 좋다고해서 기대를 잔뜩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별거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문화생활에 대해서 부정적인 사람들은 문화생활보다 다른 요소가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내 경험상, 문화생활이라는게 무조건 콘서트, 전시회, 페스티벌을 얘기하는게 아니고 사람도 곧 문화라고 생각한다.
2호선 지옥철을 경험하면서 매번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이게 뭔 개소리냐 싶겠지만, 다양한 사람을 매일 구경할 수 있는 것 자체도 문화를 교류하는 것이다.
다양성
세대를 아우르는 것이 덕목인건 사실이지만,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매번 새로운 것을 구경하고 싶고 체험해보고 싶은게 우선 가치이기 때문에 서울생활이 즐거운 것.
물론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즐거운지 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근데 서울 생활을 오래하다가 갑자기 오랜만에 지방에 놀러가면 그렇게 삭막할 수가 없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갔는데 내가 늘 보던 트렌디한 청년들보다 아웃도어 브랜드만 입고다니시는 어른들을 주로 보게되면 기분이 참 별로다.
지금 현생을 살고 있는 현재의 젊은 세대들은 트렌드가 급변한 사회에 살고 있다.
이게 우선의 가치인건 부정할 수가 없다. 과거의 잣대로 요즘 젊은 사람들을 판단하면 안된다.
반대로, 트렌드보다 안정감을 추구하길 원하는 4050세대 이후 분들은 새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보다는 아울렛에서 할인받아 구매한 나이키 트레이닝복을 입고서 생활하는게 우선일 수 있다.
각자 자기가 추구하는 삶을 사는거지, 무엇이 우월하고 그러진 않는다는 뜻.
인구 밀도
서울도 서울 나름인게, 사람이 엄청나게 몰리는 지역과 시간대가 따로 있더라.
서울에 처음 왔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지러웠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다.
바글바글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지방으로 가면 사람이 너무 없어서 휑한 느낌이 너무 싫더라.
생각해보니, 내가 지방에 있을 때는 맨날 차타고 다녔기 때문에 길거리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몰랐던 것 같다.
서울은 한가한 시간대에도 전혀 휑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이거 때문에 사람 사는 맛이 난다고 해야될까.
나이가 들다보면 외로움이 커지게되는데, 그래도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 그런지 밖에 나가서 사람 구경하고 있으면 기분이 또 괜찮아지더라.
결론
향후 20년 뒤까지도 서울에 사람이 줄어들 것 같진 않다.
내가 여기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가족이 생긴다면 지방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만, 서울에 산다면 내 가족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거 또한 포기를 못할 것 같다.
지방 촌놈이 서울살이를 하다가 지방으로 가려고 마음먹는다면, 위에서 얘기한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 중 1-2가지 정도는 무조건 욕심내기 바란다.
나는 문화생활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성향이라서 서울에 기울었을 뿐이다.